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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降雨) / 김춘수 |
최광욱 |
2010-0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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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降雨) / 김춘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 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맴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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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을 납골당에 모시고 돌아오던 날.
어머님께서 안방 서랍장 위에서 오려놓은 신문 한귀퉁이를 건네신다.
작년 9월경에 읽으셨던 모양인데,
무척 감동적이였다며.... 한번 읽어보라 하셨다.
"어디로 갔나..."를 혼자 중얼거리시며 눈시울을 적시는 어머니..
두세번 반복해서 읽으며..어쩜 미리 아버님과의 이별을 예견하신 것은 아닌지..싶었다.
결혼하여 살아온 세월이 길어..내 살같이 한몸이셨던 분을 떠나 보내시며..
곧 돌아올 장마에 어머님은 이글을 또다시 몇번은 더 읽으시겠지..?
빈방에 티비소리만 들리고 멍하니 시선을 티비앞에 두시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버님은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계실것에 위로를 삼으시고,
드라마 삼매경에도 빠지시고,, 자식들에게도 끝임없는 잔소리? ㅋㅋ 도 하시길 바랍니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아버님 그곳에서 어머님 꼭 지켜주시고요~
2010.6.24.
광욱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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