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당신의 둘째아들 기환이에요 살아생전에 당신의 여섯 자녀중에서 아버님 병원에 제일 가까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보살펴 드리지도 못하고 자주 가서 외로움도 달래드리고 더욱 더 신경을 써 드렸어야 했었는데 그렇게 해드리지 못한게 평생의 한(恨)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모든 것을 눈물로써 용서를 구하려 합니다. 당신의 둘째 며느리인 지연이 엄마한테도 서운한 감정 많으셨죠? 제가 있으니까 내색도 못하시고 저는 아버님 마음 다 알고 있었습니다. 환갑잔치때에도 지연이가 그랬습니다. 왜 우리엄마는 없냐고 제가 아버지한테 절을 하고 나니까 울음이 북받치더라고요 그 모습을 지연이가 봤습니다. 아빠 우는 것 처음봤다고 하면서요. 너무 어린 지라 그때 지연이는 아빠가 왜 우는지를 몰랐을 것입니다.
제가 한때 가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에 저한테 내색도 않하시고 지연이랑 시골집에서 같이 생활때에도 지연이를 많이 이뻐 해주시고 예쁜 옷도 사주시고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탕도 많이 사주셨죠? 경운기에 손녀딸을 태우고 다니면서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일할때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시골집 옥상에서 손녀딸과 물장난을 하시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릅니다.
우리집 늦둥이 당신의 친손자 이제 7살인 태영이 아들이 귀한 집이라 병원에 한번 데리고 가면 그렇게 좋아하셨죠? 자주 태영이를 데리고 갔어야 하는데 거듭 사죄를 드립니다. 태영이를 그렇게 이뻐하시면서 서랍에서 꺼내어 사탕도 주시고 과자도 주시면서 어떨때는 울기도 하시고 어떨때는 웃기도 하신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 좋은 곳에서 태영이를 잘 인도하여 건강하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언젠가 그랬죠. 한순간의 실수로 영어의 몸이 되어 13년형의 선고를 받고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느 재소자와의 인연에 대해서 말이죠? 2000년 9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재소자는 신덕면 월성리가 고향으로 저와 자매결연을 맺어 서신왕래를 하면서 우리 임실군, 전라북도등 고향소식을 전해주고 조금 도움을 줬을뿐인데 그게 어떻게 언론사에 알려져 그 재소자 때문에 지방신문에 제가 대문짝 만하게 나오니까 좋아하시고 또 원천리 선술집에서 친구들하고 아버님이 그렇게 좋아하시는 술한잔 마시면서 그려셨다고 하셨죠? 우리 아들처럼 신문에 나온 친구있으면 손 한번 들어보라고 뻐기면서 자랑스러우셨다고 하신적 있으시죠?
현재 그 재소자는 부모님이 일찍 다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많이 아프셔서 병원신세를 지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잘 알 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전북대병원에 입원하고 계실 때 그 재소자를 대신하여 남동생이 병문안을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 재소자는 금년 9월에 만기출소하게 되는데 출소하면 반드시 우리 아버님,어머님을 찾아 뵌다고 하였는데 이제 아버님은 이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재소자가 얼마전에 제게 보낸 편지에 이런 내용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비록 몸이 편찮으시고 아프시지만 아버님이 옆에 계시는 그 자체만으로 살아계시는 그 자체만으로 큰 행복이고 위안으로 생각하시라고 하였는데 막상 아버님이 우리곁을 훌훌 떠나시고 나니까 그말이 더욱 더 실감이 납니다.
아버님! 이제 무거운 짐 다 벗어 버리고 고통도 없고 병도 없는 그곳에서 편안히 쉬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