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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1주기 추모사 |
오문식 |
2009-10-28 |
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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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2009. 11. 1.
올해는 태풍과 홍수가 없고 가을에 일조량이 풍부해 농작물이 대 풍작을 이루어 가을걷이가 한층 풍성하게 끝나가고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들녘에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이 추모관에서 찾아뵙게 되어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주름이 깊게 패인 검게 탄 얼굴로 아들, 손자, 며느리 왔다고 흙 뭍은 손발로 논에서 나와 반겨주시던 그때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아파서 힘들지만 곁에서 지켜 봐 주시기만 해도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좋아하시던 홍시를 사드리고 싶어도 저세상에 계시니 할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하늘과 땅에만 의지하여 한평생을 정직하고 순박하게 살아오신 아버지!
“악한일, 거짓말, 남한테 해코지등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못된 병이 나한테 찾아왔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실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르시지요. “중풍은 더 이상 상태가 호전 되지 않으니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합니다”라고 해도 믿으려 하지 않고 “다른 병들은 쉽게도 낫는데 이 병은 왜 이렇게도 났지 않을까?” 하고 상심하실 때 병을 완치하지 못하는 이 불효자식의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몸이 마비되어 팔다리가 엄청 아프다는데 그 아픔과 고통을 참으면서 눈물한번 보이지 않은 강인함에 그저 머리가 숙여질 따름입니다.
돌아가신지 한달쯤 지난 12월 어느 토요일 오후 퇴근길
아버지의 일생을 돌이켜 보니 참으로 불쌍하고 마음이 아파,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었습니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으로 차속에서 엉엉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부모를 여읜 자식은 불효자식이고 죄인이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생전에 건강 할 때 맛있는 음식을 한번이라도 더 해드리지 못하고 그 좋아하던 여행 보내드리지 못한 거, 또 용돈 자주자주 못 드린 것만 자꾸 생각나 많이 후회스럽습니다.
불쌍한 아버지
언젠가 그런 말씀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야 한나야, 너희들도 곧 늙는다. 마음만은 아직도 20대지만 힘이 예전만 못하다. 맨날 젊은 것이 아니니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살아라” 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을 느낌니다. 애들이 성장하고 주변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 저승에서나마 많이 이끌어주시고 채찍질 해주시어 우리 집안에도 좋은 일만 많이 있었습니다. 금실이가 임철민이라는 훌륭한 청년을 만나 결혼해 곧 아들을 출산할 예정입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제일 경사스럽고 좋아하셨을 텐데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금실이를 어쩠던지 시집 보내야한다”고 늘 걱정 하셨지요. 한나는 선생님으로 발령 나 경기도 안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한샘이는 곧 졸업과 동시에 임관하여 해군장교로 군 복무를 할 것이고 승환이는 부산에서 건강하게 해양대학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살아 계셨으면 즐겁고 화목한 우리 가정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영진이형, 승환이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벌초하고 큰아버지 큰어머니 벌초를 했습니다. 애석하게도 다뭇 큰아버지는 할아버지 제사를 지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불편하여 활동을 잘 못하고 계십니다. 작은 아버지도 올 4월에 세상을 뜨셨습니다. 올 한식 때는 서몽서 조상님 사초 작업을 돈균이 아저씨 주관으로 친척들이 와서 잘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활동은 잘 하시지만 힘이 좀 떨어진 것 같아요. 예전처럼 고기, 과자, 밑반찬 같은 것을 많이 먹지 않는 것 같아요. 집에 갈 때마다 사 가지고 가면 다 드셔 떨어지고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남아 있어요.
올해도 집에 땔 볏짚은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별 문제는 없을 것 같고요 보일러도 지난 가을에 교체하여 따뜻하게 지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이승에서 너무나 많이 고생만 하셨으니까 저세상에서 편안하게 쉬시면서 우리식구들 잘 사는 것만 지켜봐 주십시오. 우리 자식들 모두 열심히 살아 아버지 걱정 안 되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영면 하십시오. 명복을 빌겠습니다.
아들 문식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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