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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1주기 추모식 |
오문식 |
2012-10-26 |
5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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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서거 1주기 추모사
2011. 7. 10.
보고 싶은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지 이제 일 년이 지났습니다.
저승에서나마 맑은 정신으로 편안하게 잘 지내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시골에 십여년 사시느라 얼마나 적적하고 힘들었습니까?
매일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그래도 좋아하는 닭고기, 초코파이, 박하사탕, 달걀 등 밑반찬을 사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마당에서 풀이라도 뽑고 계시면 마음이 놓이고 인기척이 없을 땐 많이 걱정 되고 그랬습니다. 보따리 보따리 먹을 것 사가지고 집에 가는 기쁨, 희망이 있었습니다. 순탄치 않은 일생에 검게 그을린 얼굴, 마다마디 굵어진 손가락, 이빨 마져 빠져 볼이 움푹 패었지만 항상 미소 머금은 어머니의 얼굴은 순하고 착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어머니 “아들 며느리 왔습니다” 하면 “왔냐”하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웃고 그랬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단절 되고 말았습니다. 그저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였죠. 저는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신사임당처럼 현명하셨던 어머니
어렸을 적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이었으니까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추석명절이 다가오는 어느 가을날 밤새워 손수 바느질하여 만든 옷을 입혀 주시고 아주 예쁘다고 만족스러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어린 나이이지만 만든 옷이 어색하여 입고 싶지 않아 장날 옷가게에 가서 옷을 사고 싶었지만 그때는 경제가 어려워 옷을 살 돈이 없으니 그냥 입고 다니며 새 옷 샀다고 자랑했던 생각이 납니다.
가엾은 어머니
무언가 하고 싶어도 잘 할 수 없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옷,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내복을 사다 드려도 헌옷만 고집하고 입지 않으니 저는 마음이 아팠지요. 이빨이 많이 빠져 틀니라도 해야 하는데 한사코 안한다고 하니 한시도 아음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좋은 음식점 가서 맛있는 음식 같이 먹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안타까운 마음은 항상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울컥울컥 할 때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워 마음속에 담아 두고 수시로 음미하던 옛시조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가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난 품어가 반기리 업스니 글로 설워 하노라.” 이글은 어느 잔치 집에 초대 받아 식사를 하던 중 상에 차려진 잘 익은 홍시를 보고 자기도 가져가 부모님을 드리고 싶지만, 부모님이 이미 세상을 떠나셔서 안 계시니 반길 사람이 없어 서럽다는 마음을 표현한 옛시조로 불효했던 자식의 마음을 잘 표현 하여 가끔씩 음미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홍시를 참 좋아 하셨지요. 이제 홍시를 드릴 기회가 없으니 허전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한동안 잘못 했던 일, 아프게 해드린 일, 이런 것들이 생각나서 참으로 괴로웠습니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하였던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 드리려고 하여도 돌려 드릴 수 없으니 한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현명하신 어머니
지난 일 년은 우리 가족이 좋은 일만 많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건강한 가운데 서울 순정이 큰딸 예솔이가 우리나라 최고의 학교 서울 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금식이 큰아들 종민이는 늦게나마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하여 대양해군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요, 대전 매형은 공무원의 최고위직에 속하는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하여 국가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막내 임서방도 과장으로 진급하여 회사의 중견사원으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딸 한샘이는 해군 중위로 진급하여 해군 항공기 정비장교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금실이 아들 임재건이는 돌 지나 아장아장 걷고 콩알 콩알 무어라고 재롱을 부리고 있어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답니다. 올 봄에는 우리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모임을 대전 누나와 매형의 주관으로 남해안 한려수도 충무 마리나 해상콘도에서 가졌습니다. 경치 좋고 아름다운 곳에서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 먹고 정담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1박2일을 꿈같이 보냈습니다. 아직도 자랑할 일이 너무나 많은 데 시간이 모자라는 군요. 어머니 아버지 살아생전에 이런 즐거운 일을 하지 못해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저승에 계신 어머니
우리 딸 한샘이가 벌써 커 경상도 부산 출신 박정봉이라는 훌륭한 청년과 9월25일 결혼식을 올립니다. 사둔들은 우리와 같은 나이로 아들만 둘을 두었는데 이번에 큰아들을 결혼 시키는 것입니다. 사위가 될 박정봉은 한샘이와 같은 사관학교 1년 선배로 해군 대위(진)입니다. 현재 잠수함 부대에서 근무 하며 대한민국 3면의 바다 밑을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이 많이 있도록 지켜 봐 주시고 격려 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불러 보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의 아들, 딸들은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자식들 교육 훌륭하게 시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저승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가 걱정 없이 편히 쉬실 수 있는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승에서 친구 분 많이 사귀시고 나비같이 훨훨 날아 편안한 나날 보내시고 우리 가족 잘 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지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 명복을 빕니다.
어머니 이제 영면 하십시오.
아들 오문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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