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지금도 막내야 하는 음성이 등 뒤에서 들리는 듯 합니다. 자라면서 항상 내가 잘못해서 싸워도 아번지는 언제나 내 편이었습니다. 내가 우는 소리가 나면 달려와서 빗자루로 언니의 엉덩이를 때렸고 동네에서 동전내기 화투를 장난삼아 치시고 조금 따시면 껌 한통 사오셔서 언니와 나누어 먹으라고 나를 주셨지요. 그런데 난 왜 그렇게 아버지가 싫었는지 모릅니다. 돈 한푼 아끼려고 멸치 한박스를 사서 창고에 감춰 우리가 못 먹게 하시고 과일도 사서 우리가 못 먹게 감추어 놓아서 나중에 썩는 일도 있었습니다. 자린고비 같이 아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근검절약의 모습보다는 난 나중에 커서 절대 아버지처럼 살지않겠다는 마음과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매일 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프신 어머니 몫까지 홀로 감당하셔야 했기에 그렇게 사신 아버지의 놀라운 생활력이었습니다. 7남매중 본의 아니게 딸 둘을 먼저 보내시고 막내인 나까지 나이드셔서 대학 보내시고 5남매 빚없이 시집 장가 다 보내신 생활력이십니다. 자랄때 동네 사람들이 저 보고 딸부잣집 막내딸 불쌍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말이 그때는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철이 들어 생각하니 그뜻이 이해가 됩니다. 우리 부모님이 10년만 젊었다면 … 아니 5년만 더 젊었다면 …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자식들 다 키우고 나니 남는 건 병든 몸 뿐이더군요. 아버지께서는 여자는 밤길 조심해야 한다고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잔소리 하시던게 왜 그렇게 듯기 싫었는지…
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 임서방과 한달에 한번 시골에가면 재건이를 보시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두팔벌려 안아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재찬이를 임신해서 만삭인 나보다 더 빨리 동네 한바퀴를 도시며 마실 다니신 것도 생각 나고요. 그래서 인지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덜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실 때 어느날 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아버지는 씹고 삼키는 게 잘 안되니까 안된다고 무시 했던게 왜 이렇게 죄송하고 후회가 되는지 모릅니다. 그냥 갈비 국물이라도 드리는 건데… 생각이 짧았고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지요. 영양제 놔 드리려고 가려고 했을 때 이미 아버지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한시간만 일찍 갔어도 임서방과 같이 인사 드렸을텐데…
불쌍히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임종도 제대로 못 본 저의 불효 자식들… 대표하여 막내인 딸이 이렇게 사죄합니다. 부디 하늘에선 평안하시고 다들 우애하며 자시들 손주들 증손주들까지 건강하고 총명하고 잘사는 것을 지켜보시고 응원하시고 흐뭇해 하시길 기도하며 마무리 하렵니다. 저승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명복을 다시한번 빕니다.
